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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 불자들이 성지 순례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없다는 곳, 내설악 최고의 절경 기암괴석이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순례길 설악산 봉정암과 오층석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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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설악산 마등령 고도 1,244m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인 백담사의 부속 암자입니다. 대표적 불교 성지인 5대 적멸보궁(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 중 하나로 불교 신도들의 순례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선덕여왕 13년(644)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하여 사리를 봉안하려고 둘러보았으나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오색 빛 속에 나타난 봉황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봉황은 자장을 안내하며 한참을 날아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이르렀고 그 중 한 바위에 오른 후 사라졌다 합니다. 자장에게 그 바위에 불사리를 봉안하라는 암시였던 것입니다. 자장이 보니 부처님 모습처럼 생긴 바위였고 봉황이 사라진 자리는 부처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장은 여기에 탑을 세우고 당나라에서 가져온 불사리를 봉안하게 되었다 합니다. 설악산의 비경이 용화장성과 공룡능선 등을 두루 품은 명당입니다. 자장 이후 다시 이십 년이 흐른 문무왕 17년(677)에 원효대사가 이곳에 암자를 새로 지었습니다. 이어 명종 18년(1188)에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이 중건하였습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일곱 차례 중건이 이어졌고 특히 6.25 전쟁 때 탑만 남았던 것을 1960년과 1985년 두 차례 중건을 통하여 적멸보궁과 산신각 등의 당호를 지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오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설악산 봉정암을 가는 길은 그야 말로 극기훈련입니다. 봉정암은 설악산의 1,244m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불사리탑이 자리한 사찰입니다. 시작은 용대리 백담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여 분 달리면 백담사에 도착하게 됩니다. 여기서 편도 10.6km로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정도이며 내설악의 험한 산길을 걸어서 오르다가 마지막 깔딱 고개는 그야말로 수직 등반을 통과해야 봉정암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설악산 들머리를 지나 영시암까지 3.1km는 편안한 길이며 수렴동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지겹지 않은 순례길을 즐길 수 있습니다. 10.6km의 기나긴 여정은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한 길이며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고관대작이나 일반인이나 모두 똑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땀을 쏟으며 자신의 두 발로 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번잡한 세속의 길거리에서 화려한 꽃가마를 타고 목에 힘을 준 채 멋스럽게 살던 사람도 이 길에서만큼은 고개를 푹 늘어뜨리고 허덕거리며 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이 길은 모두에게 공평한 순례길이라고 합니다. 계곡 물소리와 산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덧 영시암에 도착하게 됩니다. 영시암은 숙종 때 성리학자 삼연 김창흡이 1709년에 창건한 암자이며 이후 설정 스님이 복원하여 지금의 사찰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시암을 지나 3.5km 지점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수렴동 대피소로 향하는 직진 코스에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깔딱 고개까지는 6.6km이며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공정함은 쉽게 가려는 자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돈과 명예와 힘이 있어도 편법이 통하지 않는 목표 지점까지의 고행입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땅에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길입니다.
오층석탑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요사채뿐입니다. 법당 옆 바위 위에는 2014년 보물 제1832호,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이 있습니다. 자장율사가 가져왔다는 석가모니의 뇌사리를 봉안한 석탑입니다. 기단부를 따로 조성하지 않고 자연의 암반 위에 그냥 탑신을 안치하였습니다. 상륜부에는 노반과 복발이 있고, 그 위에 큼직한 원뿔형 보주가 놓여 있습니다. 어디 한 군데 결손된 부분 없는 완전한 형태의 석탑으로 주변의 빼어난 산세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층석탑은 기단부를 생략하고 자연암반을 기단으로 삼았다는 점,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탑이라는 점 그리고 고대의 일반형 석탑이 고려후기에 단순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불교건축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봉정암을 중심으로 기린봉, 할미봉, 범바위, 나한봉, 지장봉 등 기암괴석의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북쪽 독성나한봉 아래에 있는 봉우리는 석가봉을 향해 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가섭봉이라 부르며, 탑바우는 봉정암 북쪽에 있는 웅장한 산으로 석가모니의 이름을 따서 석가봉이라 부릅니다. 특히 봉정암 사리보탑은 영엄함이 있어 세 번을 친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사리탑 뒤쪽 경사지로 오르면 내설악의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곰처럼 생긴 곰 바위와 그 너머로 용화장성, 공룡능선이 마치 예술가가 남긴 작품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