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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관음보살의 자유로움이 사바세계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를 머금은 암자 여수 금오산 향일암, 원통보전, 경전바위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금오산 향일암

    1,300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13년(644) 원효대사께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시고 현재의 관음전 자리에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하신 사찰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향일암은 왜적과 싸웠던 승병의 근거지로 그 역할을 다했지만 결국 비운을 맞게 됩니다. 전란으로 소실된 암자는 조선 숙종 때 인묵대사가 지금의 자리에 다시 지었고 일출이 아름다워 이름도 향일암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 돌산도는 해상 일출의 명소로 꼽히는 곳입니다. 쪽빛 바다가 외롭지 않게 사방으로 봉황산, 천황산, 금오산 등 수많은 산이 솟아 있는데 이 중 불가와 인연 깊은 산은 거북의 형태를 닮은 금오산입니다. 남해와 금오산이 맞닿은 해안가 절벽 위에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도량 중 하나인 향일암이 있습니다. 새해 첫날이면 어김없이 일출제가 열립니다. 이곳은 일 년 열두 달 해상 일출과 다도해 절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과 해수관음도량을 찾는 기도객들의 발언이 멈추지 않는 곳입니다. 향일암을 오르는 계단은 석돌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가파른 구간이지만 쉬어 가면서 걸어가면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닙니다. 이백구십여 개의 입구 계단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함부로 말하지 말고 나쁜 것은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해맑은 아기 동자가 무언의 교훈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등용문을 지나면 여수의 옥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망대와 작은 쉼터를 지나면 경내로 들어가기 위한 거대한 석벽 사이의 좁은 길이 나타납니다. 사람 한 명 통과할 만한 이 석문은 해탈문입니다. 향일암에는 모두 일곱 개의 석문이 있습니다. 일곱 개의 석문을 모두 통과하면 칠성신의 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두 개의 석문을 통과하면 금오산 절벽에 자리한 향일암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경사진 길을 오르는 수고로움은 남해의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사라집니다. 풍수지리상으로 야트막한 봉우리는 거북의 머리, 향일암이 있는 곳은 몸체에 해당됩니다. 왼쪽에 튀어 난 부분은 왼쪽 앞발이고, 오른쪽 앞발은 물속에 들어가 있어 마치 거북이 용궁으로 막 들어가려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향일암 주변의 바위들은 거북의 등 모양을 닮은 육각형 무늬가 있어 영구암이라고 불립니다. 금오산에서도 향일암 일대만 거북 등 모양의 바위가 있다니 참으로 기이하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통보전

    해를 품은 영험한 기도 도량으로 천 년 넘게 그 명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망망대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크고 넓은 관음도량의 위신력은 금당인 원통보전(대웅전)에서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원통보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양식 팔작지붕으로 지은 전각으로 지난 2012년 5월에 낙성식을 봉행하였습니다. 지금의 원통보전은 과거 대웅전으로 이미 2009년 6월에 낙성식을 가진 바 있습니다. 기존의 건물이 노후하여 2007년 6월 해체 작업을 시작하고 2009년 6월 모든 불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낙성법회가 있었던 그 해 겨울 원인 모를 화재가 났고, 화마는 삽시간에 금당인 대웅전과 종각, 종무소를 휩쓸었습니다. 낙성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 줌의 재가 돼버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대웅전이 소실된 자리에 다시 전각을 일으켜 세우기까지 3년여 시간 걸렸고 이름도 원통보전으로 바꿨습니다. 사부대중은 물론 전국의 불자들이 합심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원통보전은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전각을 말하지만 향일암 원통보전은 과거 대웅전에 모셨던 것처럼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왼쪽에 지장보살 오른쪽에 관세음보살을 봉안하였습니다.

    경전바위

    원통보전에서 50m쯤 위로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우뚝 서 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붙인 듯한 바위틈에 눈에 띄게 반듯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 바위를 경전 바위라 부릅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원효대사께서 이곳에서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시고 원통암을 창건하신 후 이곳을 떠날 때 공부를 위해 가져온 많은 경전이 무거워 바다로 던졌는데 경전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바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경전바위는 한 사람이 흔드나 열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린다고 합니다. 경전을 펼친 모양의 이 바위를 한 번 흔드는 것은 불경 사경을 열 번 한 공덕과 같다고 합니다. 원통보전 왼쪽에 자리한 전각은 삼성각이다. 난간에 선 거북들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기세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각은 산신, 칠성, 독성을 함께 모시는 당우를 말합니 다. 이곳 향일암 삼성각은 산신, 칠성, 독성이 모두 탱화로 봉안되어 있습니다. 삼신은 불법과 사찰 수호는 물론 중생에게 재물을 주는 산신, 자식과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 인연의 법칙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중생의 복을 선사하는 독성이 계십니다. 향일암에는 두 개의 관음전이 있습니다. 전각의 위치상 위에 있는 관음전을 상관음전 아래에 있는 천수관음전을 용왕전이라 부릅니다. 상관음전에 이르려면 석문 두 개를 지나야 합니다. 경내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한 관음전은 원효스님이 금오산에서 수도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자리입니다.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그곳에 세운 암자가 향일암의 전신인 원통암입니다. 이곳의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바다를 향해 있는 관음전 앞 좌선대 입니다. 원효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자리 오른쪽으로 남해의 수많은 배들의 안녕과 중생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해수관음상이 계십니다. 대자대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은 인간사 모든 고통의 소리를 듣고 중생이 간절한 기도로 발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모습을 나타내어 손을 내미는 보살입니다. 관음보살의 곁을 지키는 문수동자들은 불사의 감로수를 필요한 곳에 전하려는 듯 분주한 모습입니다. 경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호흡하고 있는 천수관음전입니다. 주로 용왕전으로 불립니다. 이 관음전은 다른 전각과 달리 지붕이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외형은 독특하나 법당에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해상용왕과 남순동자가 협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형식을 갖췄습니다. 이곳의 관음보살은 천재지변으로부터 보호하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축원하며 사바세계 중생에게 복을 주는 선신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향일함은 해를 향한 암자가 아니라 해를 머금은 암자입니다. 해를 바라보는 건 중생의 마음이고 부처님이 상주하는 도량은 해를 품어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석으로 관세음을 염하고 본래 마음자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온갖 재앙이 사라진다 하셨습니다. 이곳은 진정한 해는 마음을 비추는 불성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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